2020년 이후 일본의 히트곡 되돌아보기
이 기사에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에서 발표된 히트곡 20곡을 소개합니다. 이 목록은 스트리밍 기록과 개인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히 선정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정 기준은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에서 1,000만 회 이상 재생된 곡, 혹은 그에 근접한 곡들입니다. 이 기준은 다소 낮게 설정했지만, 일본 J-pop 차트를 휩쓰는 1억 회 이상 재생된 곡들은 너무 뻔한 메가 히트곡이 될 수 있기에 의도적으로 제외했습니다.
이 선곡은 일본에 거주하는 제가 가진 음악적 취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이 괜찮으시다면 끝까지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소개한 20곡을 담은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도 함께 준비했으니, 일본의 스트리밍 트렌드에 관심이 있거나 숨겨진 보석 같은 곡을 찾고 있다면 꼭 들어보세요. 곡들은 최신곡부터 과거 곡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순서로 소개됩니다. 2020년대 일본 음악 풍경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담은 이 리스트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시길 바랍니다.
1. 요네즈 켄시 – Azalea
발매일: 2024년 11월 18일
관련 작품: 넷플릭스 드라마 이별, 그 뒤에도
이 곡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 중 하나로, 별도의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꼭 확인해 보세요!
11월 드라마 첫 방송에 맞춰 발매된 이 곡은, 요네즈 켄시의 최신 앨범 LOST CORNER가 8월에 발매되기 전 이미 작곡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체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다룬 드라마의 테마곡인 만큼, 이 곡은 인간 관계에 대한 깊고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유대감은 대체할 수 없다고 믿기 쉽지만, 현실은 이별 후에도 사랑이 다시 피어나는 길을 찾아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제는 관계의 일시적이면서도 지속적인 본질을 자주 탐구하는 요네즈의 최근 작품들과 깊이 공명하고 있습니다.
2. Vaundy – 風神(Fujin)
발매일: 2024년 10월 12일
관련 작품: TBS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ライオンの隠れ家) 주제가
드라마 오프닝 영상과 뮤직비디오(MV) 모두 Vaundy 본인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MV를 감독하는 일은 일본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이번이 네 번째 작품이며 앞으로도 아트워크 전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곡의 테마는 ‘사람은 누구나 바람을 두른 “풍신” 같은 존재이며, 그 바람으로 서로를 상처 입히기도 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상처는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소통 그 자체이며,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한 서로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실감하는 부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인식은 더 강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를 ‘바람’에 비유한 발상은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바람은 차갑고 아플 때도 있지만, 따뜻하고 편안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이 자신의 상황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은 사람과의 관계에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3. ZUTOMAYO(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 海馬成長痛(Kaiba Seichotsu)
발매일: 2024년 8월 29일
ZUTOMAYO의 2024년 대표곡을 꼽자면, 인기 애니메이션 단다단(ダンダダン)의 엔딩 테마인 ‘TAIDADA’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海馬成長痛(Kaiba Seichotsu)’을 더 좋아합니다. 특히, 계속해서 운율을 맞추는 후렴구의 가사는 한 번 듣고 나면 잊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줏토 마요나카데 이이노니。는 올해 라이브 음원도 발매했습니다. 2시간이 넘는 대작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영상을 배제한 음원을 집중해서 듣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라이브 음원은 그러한 장벽을 가뿐히 넘어서며, 듣는 이를 매료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요루시카(ヨルシカ) – 憂、燦々(Yu, Sansan)
발매일: 2024년 8월 28일
이 곡의 원곡은 2013년에 크리프하이프(クリープハイプ)의 곡입니다. 2024년 8월, 크립하이프 트리뷰트 앨범이 발매되어 많은 아티스트들이 명곡을 커버했는데, 그중에서도 이 곡은 특히 돋보였다고 느꼈습니다. 2013년 원곡은 시세이도(資生堂) 자외선 차단제 CM 송으로도 사용되어, 그 당시의 강렬한 인상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원곡이 발매된 당시 저는 아직 20대였고, 이 곡의 가사가 유독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요루시카가 리메이크한 이 곡을 듣고도 여전히 같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제 정신연령이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요루시카가 이 곡의 감성을 더욱 잘 끌어내 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5. 히츠지분가쿠 (羊文学) – Burning
발매일: 2024년 7월 3일
관련 작품: 최애의 아이(Oshi no Ko) 시즌 2 엔딩 테마
이 곡은 애니메이션 오시노코 시즌 2의 엔딩 테마로 특별히 제작되었습니다. 오시노코 하면 시즌 1의 오프닝 테마로 YOASOBI의 ‘아이돌’이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 것을 빼놓을 수 없죠.
개인적으로는 시즌 2가 더욱 매력적이어서, 하루 만에 전 시즌을 몰아볼 정도로 빠져들었습니다. 특히 엔딩 테마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는데, 에피소드가 절정에 이를 때마다 드럼 인트로와 디스토션 기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여기서 끝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Burning’의 사운드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로는 신선하고 독특합니다. 디스토션 기타 리프가 곡에 거칠고 강렬한 매력을 더하며, 이런 스타일은 애니메이션 음악에서 드물게 들을 수 있는 요소입니다. 오시노코는 항상 음악적인 선택에서 새로운 경계를 개척해 왔습니다. 시즌 1 엔딩 테마로 일본의 유명 록 밴드 여왕벌(女王蜂)를 기용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히츠지분가쿠(羊文学)의 대담한 록 사운드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과감한 결정은 확실히 성공을 거두었고, 음악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임팩트를 한층 강화시켰습니다.
6. 요네즈 켄시 – さよーならまたいつか!(안녕, 또 언젠가!)
발매일: 2024년 4월 8일
관련 작품: NHK 아침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虎に翼) 주제가
이 곡은 2024년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일본에서 아사도라(Asa-dora)로 알려진 NHK 아침 드라마의 주제가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아사도라는 매주 평일 아침 8시에 방영되며, 각 에피소드는 15분 길이로 총 6개월 동안 약 130회 방송됩니다. 한 회당 약 2,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드라마를 시청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반복적으로 들으며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요네즈 켄시는 이 곡을 아침의 시작에 어울리는 상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의도적으로 작곡했습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 곡은 밝고 경쾌한 느낌이 돋보이며, 활기찬 아침을 여는 데 이상적인 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곡은 일본 문학에 대한 오마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유명한 하이쿠 시인 타네다 산토카(種田山頭火)의 하이쿠 한 구절이 가사에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음악적 즐거움을 넘어 일본의 문학적 유산과 깊은 연결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청중을 사로잡았습니다.
7. Awich, NENE, LANA, MaRI, AI & YURIYAN RETRIEVER – Bad B*tch 美学 Remix (Prod. Chaki Zulu)
발매일: 2023년 7월 19일
Awich, NENE, LANA, MaRI, AI, 그리고 YURIYAN RETRIEVER가 참여한 마이크 릴레이는 정말 최고입니다. 모두가 개성이 넘쳐서 마치 전대 히어로의 레인저들이 한자리에 모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LANA의 독특한 음색으로 불리는 후크이지만, 특히 화제가 된 것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개그맨 유리양 레트리버(YURIYAN RETRIEVER)의 파트였습니다.
여기에서는 저작권 문제로 가사를 적을 수 없지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라인이 있습니다. 도전적인 가사와 강렬한 퍼포먼스는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일본의 몇 안 되는 생방송 음악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8. 오피셜 히게단디즘 – TATTOO
발매일: 2023년 4월 21일
관련 작품: TBS 드라마 펜딩 트레인 -8시 23분, 내일 너와-(ペンディングトレイン―8時23分、明日 君と) 주제가
이 곡은 TBS 드라마 ‘펜딩 트레인 -8시 23분, 내일 너와’의 주제가로 새롭게 제작된 곡입니다. 드라마는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있던 승객들이 갑자기 황폐해진 미래 세계로 타임슬립하며, 서로 돕고 때로는 배신하면서 생존해 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솔직히 드라마는 끝까지 보지 못했지만, 이 주제가만큼은 마음에 들어서 자주 듣곤 했습니다.
곡 제목 ‘TATTOO’는 일본에서 여전히 야쿠자나 불량배 같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 다소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보면, 물론 실제 문신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TATTOO’는 사라지지 않는 것, 지울 수 없는 것을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석은 다양하게 가능하겠지만, 저는 이를 인간으로서의 ‘양심의 각인’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여담이지만, 2024년에는 나카모리 아키나(中森明菜)가 1988년 히트곡 ‘TATTOO’를 셀프 커버하여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이 곡 역시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2024년 히트곡 중 하나로 주목받았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TATTOO’라는 공통된 제목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점은 흥미로운 우연인 것 같습니다.
9. King Gnu – Stardom
발매일: 2022년 11월 17일
관련 작품: NHK 축구 테마송 (2022년 월드컵)
개인적으로는 축구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2022년 월드컵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 대표팀은 ‘죽음의 조’로 불리며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독일과 스페인이라는 강호들을 꺾고, 당당히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습니다. 16강 크로아티아전에서도 선전했으나, 아쉽게도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딱 한 걸음만 더…”라는 아쉬움과 동시에 또다시 좌절감을 느끼게 한 대회였습니다.
이러한 일본 대표팀의 도전은 2018년 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8강 진출을 놓고 벌인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2점을 먼저 앞서 나가며 “이번엔 가능하다”고 생각한 순간, 연속으로 3점을 내주며 역전패를 당한 아쉬운 결과로 끝났습니다. 이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Stardom’**의 가사에 담긴 “좌절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더욱 가슴 깊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이 곡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제는 승리의 여신의 기분에 달렸다. 이제쯤 미소를 지어줘도 되지 않을까?”라는 유머러스한 뉘앙스도 느껴집니다. 또한, King Gnu의 프론트맨인 츠네타 다이키(常田大希)가 이끄는 millennium parade의 ‘Fly with me'(2020년)의 오마주가 곳곳에 보이는 점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10. STUTS & 마츠 다카코 with 3exes – Presence I feat. KID FRESINO
발매일: 2021년 6월 23일
관련 작품: 후지TV 드라마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3명의 전남편(大豆田とわ子と三人の元夫) 주제가
이 곡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 마메다와코와 세 명의 전남편의 주제가입니다. 주연을 맡은 마츠 타카코가 직접 주제가를 부른 것도 이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또한, 각본을 담당한 사카모토 유지(坂元裕二)는 202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괴물(怪物)의 각본상을 수상한 실력 있는 작가로, 이 작품의 독특한 세계관을 한층 돋보이게 했습니다.
주제가로는 ‘Presence I’부터 ‘Presence V’까지 총 5곡이 준비되었으며, 각각 다른 래퍼(KID FRESINO, BIM, NENE, Daichi Yamamoto, T-Pablow)가 피처링에 참여했습니다. 더불어, 배우들이 랩 파트를 직접 소화하거나 각 래퍼가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음악과 영상이 밀접하게 융합된 도전적인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11. 우타다 히카루 – PINK BLOOD
발매일: 2021년 6월 2일
관련 작품: 애니메이션 불멸의 그대에게(不滅のあなたへ) 주제가
이 곡은 우타다 히카루가 애니메이션 불멸의 그대에게를 위해 새롭게 작사·작곡한 주제가입니다. 우타다 히카루의 가사에는 늘 새로운 관점과 이전에 생각해 보지 못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어, 시대를 앞서 나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곡 역시 예외가 아니며, 듣는 이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제가 이 곡에서 느낀 것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 “너의 가치는 네가 정한다”라는 점입니다. 이는 극도로 담백하면서도 정당한 메시지로, “누가 뭐라고 하든 너는 너 자신 그대로 괜찮다. 그러니 당당히 나아가라”라는 응원의 말처럼 들립니다.
또한, 사람은 때때로 답을 찾아 헤매는 기분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곡은 “답을 찾으려 방황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여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이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리는 보편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2. 호시노 겐 – 不思議(Fushigi)
발매일: 2021년 4월 27일
관련 작품: TBS 드라마 꾸미는 사랑에는 이유가 있어(着飾る恋には理由があって) 주제가
이 곡은 TBS 드라마 꾸미는 사랑에는 이유가 있어(着飾る恋には理由があって)의 주제가로 사용되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제가 이 리스트를 작성하며 의도치 않게 TBS 드라마의 주제가를 많이 선택한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로맨스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 곡도 사랑을 테마로 하고 있을 것이라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곡 제목인 ‘不思議(Fushigi,Mysterious)’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데, 일반적인 사랑 노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제목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독특한 선택은 곡의 섬세하고 내성적인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호시노 겐(星野源)은 과거에 사랑에 관한 가사를 쓸 때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아마도 그 때문인지, 이 곡은 명백히 사랑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면서도 누군가를 향한 감정을 미묘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생생하고 강렬한 감정보다, 마치 오래전 잊고 있던 장면을 살짝 엿보는 듯한 조용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이 ‘Fushigi‘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13. King Gnu – 泡(Abuku)
발매일: 2021년 3월 5일
관련 작품: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太陽は動かない) 주제가
이 곡은 King Gnu의 전신 밴드인 Srv.Vinci 시절에 만들어진 곡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에 푹 빠져서 밤거리를 거닐며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팬층 규모를 생각하면 스트리밍 재생 수가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런 곡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는 정말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배우이자 댄서인 모리야마 미라이(森山未來)가 출연하며, 그의 독특한 매력이 가득 담긴 고밀도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꼭 한 번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하는 MV 중 하나입니다.
14. ¥ellow Bucks – Balls Out feat. MIYACHI & Shurkn Pap
발매일: 2020년 8월 21일
개인적으로는 느리고 여유로운 일본어 랩을 좋아하지만, ¥ellow Bucks는 속도감 있으면서도 단어 선택이 뛰어나 가사가 뚜렷하게 들린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적당히 거칠면서도 맑아 귀에 쉽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목소리 자체가 매력적이라,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Jungle』은 ¥ellow Bucks의 인지도를 단숨에 높이는 계기가 된 중요한 앨범입니다. 저도 이 앨범을 통해 ¥ellow Bucks를 알게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0년에 나온 작품이지만, 이 무렵부터 일본에서도 힙합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신곡 플레이리스트 등에서 두드러지게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보컬로이드, 팝, 록이 강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랩 음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15. Creepy Nuts – かつて天才だった俺たちへ(한때 천재였던 우리들에게)
발매일: 2020년 8월 19일
이 곡은 동명의 두 번째 미니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음악 시상식 MTV VMAJ 2020에서 Best Hip Hop Video(최우수 힙합 비디오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사에서는 사회에 맞춰 자신을 정리해 가는 동안, 과거에 있었던 빛나는 모습을 잃고 어느새 “평범한 인간”이 되어 버린다는, 많은 성인이 겪을 법한 딜레마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인생은 아직 계속된다” “너무 늦은 일은 없다”며, 타인이나 스스로의 고정관념에 삶이 휘둘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Creepy Nuts는 일본 힙합 씬에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에 출연하며, 인지도와 판매 면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를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곡의 제목인 『한때 천재였던 우리들에게』에 상징적으로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힙합 아티스트가 “우리들”이라고 말할 때, 주로 자신의 동료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곡에서 Creepy Nuts가 말하는 “우리들”은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곡을 듣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키며, “동료”라는 틀을 넘어선 관점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더 열린 시각이 많은 지지를 얻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6. 요네즈 켄시 – Campanella
발매일: 2020년 8월 5일
‘Campanella’는 2020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인 요네즈 켄시(米津玄師)의 STRAY SHEEP의 첫 번째 트랙입니다. CD 판매가 감소한 시대에 이 앨범은 오랜만에 더블 밀리언을 달성하며, 음악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15년 만에 CD를 구매했습니다. CD를 재생할 기기는 없었지만, 가사집을 손에 들고 Spotify로 앨범을 들으며, 현물을 손에 쥐고 앨범 전체를 감상하는 음악적 경험을 다시 느끼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2020년 여름, 코로나 팬데믹 한가운데에서,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마스크를 쓰고 땀을 흘리며 타워레코드로 향해 이 앨범을 손에 들었던 순간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들 덕분에 이 앨범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앨범에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뮤직비디오 ‘Lemon’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 곡은 2018년의 작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0년 이후의 곡을 소개하기 때문에, 앨범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첫 번째 트랙 ‘Campanella’를 선택했습니다. 요네즈 켄시는 주로 앨범이 거의 완성된 후, 그 테마를 총괄하는 곡을 마지막으로 작곡하는 경우가 많은데, ‘Campanella’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잘 보여주는 곡 중 하나입니다.
17. 후지이 카제 – 優しさ (Yasashisa)
발매일: 2020년 4월 17일
이 곡은 후지이 카제가 첫 번째 싱글 “なんなんw(Nan-Nan)”를 발매한 다음 해에 발표한 곡입니다. 첫 싱글을 들었을 때는 “뭔가 대단한 신인이 나왔구나” 정도의 인상이었지만, 그 다음 해에 앨범을 발매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느낌입니다.
“優しさ(상냥함)”는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된 곡으로, 후지이 카제의 인기가 폭발하기 직전의, 일종의 ‘전야’를 느끼게 하는 타이밍에 발표되었습니다. 기존 아티스트들과는 다른 가사와 메시지성이 인상적이었고, 제목에 “優しさ”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꽤나 드문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후지이 카제는 2024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지지받는 일본인 아티스트 중 한 명입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저로서도 그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권에서의 인기가 두드러집니다. 그 인기의 불씨를 당긴 것은 단연코 “死ぬのがええわ(Shinunoga E-Wa)”입니다. 먼저 태국에서 바이럴되어 아시아권으로 퍼져나가 유럽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는 미국에서도 골드 디스크 인증을 받았습니다.
BABYMETAL이나 Lamp, Aoba Ichiko 등, 일본에서도 일정한 인기가 있으면서도 압도적으로 해외에서 지지가 큰 아티스트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편, 일본의 아티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일본 국내에서의 지지가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애니메이션 송은 예외입니다만). 그런 가운데 후지이 카제의 경우는 일본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거의 동일한 열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애니송을 만들고 있지 않으며, 그런 순풍이 없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입니다.
후지이 카제의 향후 활동은 일본 음악이 세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하나의 지표가 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18. 아키야마 키이로 – Caffeine
발매일: 2020년 3월 3일
일본에서는 전자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남성 솔로 아티스트가 의외로 드물었고, 당시 아키야마 키이로의 스타일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독특한 외모였는데, 탈색된 금발에 눈을 거의 가릴 정도로 긴 앞머리가 특징이었습니다. 이 스타일은 2024년의 트렌드와는 상당히 달라, 그가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불과 4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의 남성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헤어스타일, 특히 앞머리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아무것도 안 보여’라고 노래했던 요네즈 켄시조차, 최근에는 머리를 올려 이마와 얼굴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는 스타일로 변했습니다.
아키야마 키이로 또한 최근 THE FIRST TAKE에서 “Caffeine“을 공연할 때 비슷한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앞머리를 가르면서 눈과 눈썹이 완전히 드러나, 초기의 모습과는 확연히 대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의 변화는, 보다 개방적이고 표현력 있는 얼굴을 선호하는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19. 도쿄지헨 – 永遠の不在証明(The Scarlet Alibi)
발매일: 2020년 2월 29일
관련 작품: 영화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 주제가
이 곡은 도쿄지헨(東京事変)이 2012년 해산 이후 8년 만에 재결합한 뒤 발표한 중요한 곡입니다. 컴백 싱글 ‘選ばれざる国民(The lower classes)’ 직후 발매된 ‘永遠の不在証明(The Scarlet Alibi)’은 밴드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며 재출발의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COVID-19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영화의 개봉은 1년 연기되었고, 13회 공연으로 예정되어 있던 봄 투어는 단 두 차례의 공연만 진행된 후 취소되었습니다. 남은 공연은 감염 확산 우려와 비판 속에서 중단되었으며, 일부 평론가들은 “라이브 공연이 감염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도쿄지헨의 재결합은 단순한 소식 이상의 ‘사건’으로, 흥분과 기대를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 기쁨은 당시 세계의 혼란과는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습니다. 팬데믹의 불확실성과 두려움은 축하해야 할 순간마저도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 뚜렷이 기억납니다. “지금이 이런 걸 할 때인가?” 하지만 이 느낌은 도쿄지헨의 재결합에만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고 있던 모든 일에도 그런 의문이 따라다녔습니다. 팬데믹 초기에는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전혀 알 수 없었고, 모든 활동에는 “지금 이걸 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뒤따랐습니다. 그런 불확실성은 그 시기의 특징이 되었고, 가장 흥미롭거나 긍정적인 순간조차도 의심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습니다.
20. eill – SPOTLIGHT
발매일: 2019년 11월 6일
이 곡은 eill의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밝고 경쾌한 에너지로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곡입니다. 마치 그녀의 장래를 밝히는 상징적인 찬가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히트곡을 다루고 있지만, ‘SPOTLIGHT’는 2019년 11월에 발매된 곡입니다. 하지만 연말에 나온 곡이라는 점에서, 거의 2020년의 곡이라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 곡은 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기 한 달 전에 발표되었으며, 팬데믹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전의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 이 곡을 들으면 그 밝음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2024년이 된 지금, 팬데믹 이전의 삶과 마음가짐을 떠올리려 할 때마다 이렇게 묻게 됩니다. “나는, 아니면 세상은 정말 회복된 걸까? 아직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 팬데믹 이전의 마음가짐을 기억해내는 일은 안개를 붙잡으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2019년 말에 발표된 ‘SPOTLIGHT’는 낙관과 기대감을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 2020년의 문턱에 서 있던 그 시절의 희망과 흥분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맞아 도쿄 올림픽 같은 이벤트를 기대하며 미래의 꿈에 부풀어 있던 시절의 분위기를 완벽히 포착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 일본 히트곡을 되돌아보며: 개인적인 즐겨 듣는 곡과 추억들
2020년대 일본 히트곡을 되돌아보며, 다양한 아티스트와 연도를 아우르는 리스트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요네즈 켄시가 세 곡으로 등장하며, 20곡 중 6곡이 2024년의 곡입니다. 반면, 2022년을 대표하는 곡은 한 곡뿐인데, 이는 제가 그 해 잠시 Spotify에서 YouTube Music으로 플랫폼을 바꿨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Spotify가 더 정교한 음악 발견 시스템을 제공했던 것 같지만, 어쩌면 YouTube Music을 충분히 탐색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2020년 이후의 일본 인기곡들을 다시 들어보는 일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음악은 종종 생생한 기억과 연결되며, 이 곡들은 제가 각 시점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어떤 곡들은 다시 들어도 새롭게 느껴지고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며, 그들의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영감을 받으셨다면, 본인이 좋아했던 음악 시대나 테마를 되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곡들을 다시 발견하거나, 새로운 즐겨 듣는 곡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에 소개된 일본 히트곡 20곡을 모두 담은 Spotify 플레이리스트를 첨부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이 곡들을 다시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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